"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제품…선택 폭 넓힌 것"
'찐 비건'도 환영…공장식 사육·도축 폐해 자연스레 알게될 것"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 시민단체 회원이 '가재와 문어, 바다 동물도 고통을 느낀다' 비건(vegan) 채식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지난 7일 영국 의회가 동물복지법을 개정, 갑각류와 두족류를 포함한 무척추 동물까지 보호 적용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며 바다 동물에 대한 착취 중단 및 비건 채식을 촉구했다. 2021.7.1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채식주의자를 위해 개발된 비건(
Vegan) 제품이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며 외연을 넓히고 있다. 식음료업계에서도 비건 제품을 강화하며 달라진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 잡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동물보호·채식주의 단체들도 이같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비건 제품 대중화에 협력하고 있다.
21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비건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풀무원은 국내 최초 비건인증 라면인 정면을 선보인데 이어 지난 4월 출시한 정비빔면도 비건 인증을 획득했다. 두 제품은 지금까지
520만봉이 판매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도미노피자는 기존 육류를 식물성 미트로 바꾼 제품 5종을 내놨고, 투썸플레이스도 샐러드랩에 들어가는 고기를 대체육으로 바꾼 '식물성 대체육 옴니미트 샐러드랩'을 출시했다. 카페베네는 라테 메뉴 중 우유 대신 식물성 귀리 우유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마트도 호주 비건 스낵
DJ&A를 선보이면서 비건 제품 확대를 예고했다. 대상은 식물성 단백질을 기반으로 하는 대체육이 아닌 '실험실 고기'라고 불리는 배양육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처럼 식음료업체들이 비건 제품을 확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비건 인구가 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채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채식주의자(비건) 인구는
150만명 가량이다.
2008년
15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배 급증한 셈이다.
비건 인구 증가와 함께 시장 규모도 확장했다. 젓갈을 뺀 채식김치나 라면, 피자, 햄버거 등 식품에서 비건 화장품, 비건 패션 등 종류도 다양해졌다. 이중 식음료 시장 규모 확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체육 시장은 올해
200억원대까지 성장한 상태. 업계에선
2030년 '탄소중립'(넷제로)에 발맞춰 이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대체육 시장이
2040년에는 전체 육류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해 기존 시장 규모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지난 6월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식품관에서 직원들이 비건 식품을 소개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다음달 1일까지 압구정본점 지하1층 식품관에서 비건(채식주의자) 식품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는 '그린 고메 라이브러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비건 디저트 전문 업체 '베가니끄', 100% 서리태 콩물 두유를 판매하는 '후유아', 비건 양식 레스토랑 '남미플랜트랩' 등 7개 브랜드가 참여해 비건 상품 40여 종을 선보인다. (현대백화점 제공) 2021.6.27/뉴스1
또다른 이유는 비건 제품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이 달라진데 있다. 비건 제품을 단순히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제품이 아니라 '건강식'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다이어트나 건강을 위해 비건 제품을 찾는 일반 소비자가 그만큼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업체들도 이런 점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비건 인증 라면에 대해 "비건 뿐만 아니라 플렉시테리언(육식하는 채식주의자)이나 일반인도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출시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최근 비건 추세는 비건·논비건을 각각 타깃으로 하기보다 '맛있는 제품은 누구나 좋아한다'는 목표 아래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나 채식주의단체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 동물권 단체 대표는 "일반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맛있는 비건식단'에 스며들면 공장식 사육·도축에 대해 자연스럽게 비판적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